숭어는 전체적으로 회청색을 띤다. 배 부근에만 미약하게 은빛을 보인다.
몸 색이 탁하지 않고, 맑은 편이다. 물 표면에 머리만 슬쩍 들이밀고 있다가
이따금씩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쳐 뛰어오르면 가을빛을 받은 숭어의 몸빛은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저 작은 몸에서 어찌 저런 힘이 나오는지 새삼 신기하다. 어쩌면, 그 힘 덕에 숭어가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어획량도 넉넉하고 값도 싸 서민들이 즐겨 먹던 어종으로, 탕으로 끓여 먹거나 염장을 해 말려 먹는가 하면,
특히 숭어의 위는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히며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 숭어의 양식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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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맛 좋은 생선,
숭어숭어는 전래 명물 생선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까닭에 《자산어보》에는 숭어의 생태 및 생김새, 특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숭어는 외양이 둥글고 눈이 노란빛을 띠며,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 또는 모쟁이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으뜸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도 숭어의 가공품 중 하나인 어란(魚卵)은 귀한 진상품으로서 그 명성이 자자했다.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손길과 정성이 만만치 않음은 물론, 산란기인 4~5월경 산란을 앞둔 숭어에서만 채취가 가능하므로 희소하기까지 하다. 만드는 방법은 막 채취한 숭어알을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꺼내어 소금물에 담가 불순물을 뺀 후, 간장에 재워 색과 맛이 배도록 한다. 이어 건조를 시켜 참기름을 바르길 수차례 반복하고, 약 20일 이상의 자연건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여러모로 손길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꼭 어란이 아니더라도, 숭어는 충분히 맛이 좋다. 포를 떠 지져 먹어도 괜찮고, 얇게 썰어 회로 먹어도 맛나다. 다만, 계절마다 숭어의 맛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맛이 달고, 여름 숭어는 담백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 이러한 숭어의 계절별 특징은 속담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데, 흔한 말로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라고도 전해진다. 서해안 포구 사람들은 숭어를 즐기는 방법으로 회를 떠 묵은 김치에 싸 먹는 다고 한다. 쫄깃한 살과 묵은 김치의 아삭함이 절묘하고, 거기에 더해 숭어의 고소함과 묵은 김치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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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을 시기와 철을 맞추어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 보양식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그리하여, 숭어 역시도 일상의 식탁을 책임지는 식재료이자 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향약집성방》에 따르면 숭어를 '수어(水魚)'라 지칭하며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소개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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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기수어다. 한국의 경우 10~2월경에 연안보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먼 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봄이 되면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과 함께 기수역으로 몰려온다. 이때, 알은 한 배에 약 290~720만 개 정도를 가득 품고 있어, 몸길이도 자연스레 비대해진다. 산란을 위한 최소한의 몸길이가 대략 30cm 정도라고 한다.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은 신선한 숭어를 고르기 위해선 숭어의 외양을 잘 살펴봐야 한다. 우선 살이 통통하게 찐 것이 제일 좋고, 다음으론 겉 표면에 흠집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몸에 상처가 있다면 각종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은한 광택이 있고, 비늘이 고르며 눈이 맑아야 한다. 또한, 손질할 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내장을 터트리지 않는 것인데, 숭어는 펄 속 유기물을 먹고 살아가므로 내장이 터질 경우 흙냄새가 생선에 퍼져 자칫 비린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흔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숭어의 양식 적지로 꼽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경남 하동군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지금, 스마트 기술을 접목시켜 자동화와 지능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숭어 양식에 나선 곳이 있다고 하여, 그 현장을 확인하러 중평항으로 떠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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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기술을 양식에 접목하다,
스마트 양식장중평항은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에 있는 작은 어항이다. 어민들은 금오산 자락을 등에 지고, 넓은 해안을 품에 안은 채 소박하게 삶을 일구어 가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한적하게 거닐어본다. 물이 점차 빠질 시기라 돌담마다 진하게 눈물자국처럼 썰물 흔적이 묻어 있다. 그렇게 중평항의 바다는 하루에 수차례 마음에 얹힌 숨을 토해내듯 물을 들이 마시고 내쉬길 반복한다. 해안도로 오른편으로는 가을볕에 달구어진 들녘이 층층으로 쌓여 있고, 젊은 사내들이 짐을 실으며 바다에 나설 채비를 한다. 이토록 한적하고 시시한 동네지만 그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드는 관광객들도 몇 있다. 참으로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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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장소에 들르니, 멀리서 박민영 대표가 알은 채 한다. 외지인이 흔하지 않은 동네여서인지 쉽사리 파악이 가능한 모양이다. 마침, 물고기 사료를 운반하고 있던 차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제껏 생물을 냉동해 만든 먹이와는 조금 다르다. 건식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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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배합 사료를 먹이고 있습니다. 양식어장이 대형화가 되면서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자동화에 적합한 사료를 개발 및 제공하고 있죠. 저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료는 하동녹차를 첨가한 친환경 배합사료입니다. 친환경적이면서 소화흡수율, 균형 잡힌 영양, 성장효과에 좋은 효능을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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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사료 운반이 다 끝난 후 배에 몸을 실었다. 확실히 가을하늘이라 유독 빛이 선명하게 드는 듯하다. 물 표면에 빛이 자글자글 일렁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을 바다는 하늘만큼이나 맑고 청명하다. 그렇게 하동의 정경을 쓰다듬듯 훑다 보니 이내 양식장에 도착한다. 헌데, 뭔가 이상하다. 언뜻 보아도, 일반적인 양식장과 달리 현대적인 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다. 보통이라면 양식장을 관리하기 위하여 많은 인원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텐데, 꽤나 한적한 편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이 바로 스마트 양식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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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양식장은 아직 시범단계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수산과학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기계를 통한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도 되고, 무엇보다 육안으로 판단하는 많은 부분을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진단·대처할 수 있어서 좋죠. 2021년부터는 본격적인 스마트양식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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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양식되는 어종이다. 그렇기에,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요즘,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어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하동은 국내 최대의 숭어 양식지라고 한다. 현재 전체 숭어 생산량은 약 6,000톤에 이르는데, 그중 하동·남해·사천에서 생산되는 양이 약 90%에 달한다고. 등록된 양식어가 수만 47곳에, 어장 규모도 30~40ha라고 한다. 이러니, 스마트 양식 설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먹이 공급에서부터 양식장 제어, USN 기반 센서를 활용한 수온·산소·PH 등의 생장 정보 파악 등을 보다 손쉽고 정밀하게 관리함으로써 더욱 좋은 품질의 숭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동은 국내 최대 숭어 양식장 중 한 곳입니다. 이곳 하동과 남해, 사천에 걸쳐 입식 되는 숭어만 1,000만에서 1,500만에 달하죠. 생산량은 그보다 훨씬 많고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료 소비량도 증가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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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나누는 동안, 숭어 몇 마리가 물 표면을 박차고 솟구친다. 힘이 좋다. 10월 무렵,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아 숭어 출하 작업이 한창이란다. 보통 5월경 치어를 입식한 후 8월에서 11월 동안 사료 성수기를 거친 후, 약 6개월간의 출하 시기를 가진다고 한다.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 출하가 이뤄지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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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벌써 숭어 양식 5년 차에 접어든 박민영 대표는 이곳 하동에서 터를 잡아 숭어를 기르는 데에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번 3년 동안 기르던 숭어가 대량 폐사되었던 순간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열심히 키운 숭어가 제값을 받아 무사히 판매가 되었을 때는 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숭어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박민영 대표는 여전히 많이 이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숭어를 생산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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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중앙회 웹진 VOL.562호 /
Writer 편집실 Photo 신중식